김종두 다산문화교육원 상임이사 전 국방대학교 교수

인간을 일컬어 ‘욕구(欲求)의 동물’, ‘가치(價値) 지향적 존재’, ‘문화(文化)적 존재’, ‘관계(關係)적 존재’ 등으로 표현한다. 사람은 누구나 뭔가를 구(求)하거나 얻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되는데, 여기에는 가치의 설정과 문화의 영향, 그리고 대인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선생의 삶 또한 그런 삶이었다. 선생은 굴곡진 삶 속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오늘날 세계적 인물로 평가받게 된 데에는 가치 지향적 삶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가치’는 일반적으로 ‘물건의 값어치’, ‘사물이 지니는 의의나 중요도’, ‘인간 정신의 목표가 되는 보편타당의 당위’, ‘인간행동의 기준이 되는 주요 원칙’, ‘인간의 감정?욕구?관심되는 것’, ‘조직의 공통된 목표?신념?이상’ 등의 의미로 해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가 설정되기까지는 자신의 경험과 문화적 배경이 반영된다. 그래서 사람은 어려서부터 가족관계와 가정교육 등 개인적인 경험과 문화의 영향이 중요하다. 또한 가치는 세상을 보는 ‘안경’ 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이에 따라 생각하고 평가하며 행동방향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정약용 선생이 쓴 책을 읽다보면, 선생께서는 스스로 가치 지향적 삶을 통해 고통의 순간들을 극복했음을 보게 된다. 필자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선생께서 강조했던 가치들을 정리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우연히 숫자와 연관시켜 기억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를 공유하고 싶은 생각에서 ‘1~10’의 숫자와 결부시켜 설명해 보려고 한다. 이를테면 숫자 1은 ‘효(孝)’라는 보편적 가치와 연관되는데, 선생은 아버지 정재원(丁載遠, 1730~1792)공의 모습에서 효를 배웠고 실천했으며, 자녀들에게 가르쳤다. 다음 2는 자신에게 다짐했던 ‘공렴(公廉)’과 자녀에게 강조했던 ‘근검(勤儉)’, 그리고 제자와 만인을 향한 ‘충서(忠恕)’ 등 두 글자로 된 가치들과 연관된다. 또한 3은 자신이 좋아했던 ‘3호(三好)’를 비롯하여 자녀에게 강조했던 ‘3습(三習)’과 제자에게 가르침으로 준 ‘3근계(三勤戒)’, 그리고 초의선사에게 주었던 ‘위학3요(爲學三要)’ 등 3의 숫자와 연관된 것들이다.

다음으로 4는 유배생활을 시작하며 자신의 신조를 당호(堂號)로 삼았던 ‘4의재(四宜齋)’, 자녀들에게 내려준 ‘4가치기준(四價値基準)’, 가정에서 지켜야 할 ‘거가4本(居家四本)’ 등이 있고, 5는 삶의 근본으로 삼아야 할 다섯 가지 가르침인 ‘5교(五敎)’와 학문의 폐단을 지적한 ‘5학론(五學論)’ 등이 있다. 그리고 6은 청렴을 여섯 가지로 설명한 ‘6렴(六廉)’, 만인이 삶에서 마음에 새겨 실천해야 할 ‘6덕(六德)’과 ‘6행(六行)’ 등이 있다. 또한 7은 ‘여유당(與猶堂)’ 당호와 관련되는 ‘도인7덕목(道人七德目)’이 있고, 8은 ‘남양주8경’과 ‘다산초당8경’이 있으며, 9는 ‘9대옥당’과 ‘9형제자매’, 10은 ‘10개 분야의 명성’과 ‘10자녀’ 등이 있다.

사람은 어려서부터 누구에게 어떤 가르침을 받았고,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느냐에 따라 가치형성에 영향을 받는다. 이런 이유에서 가정에서는 어린 자녀들에게 위인전을 읽어주고 독서를 권장하는 것인데, 미국 시카고대학 허치슨 총장의 독서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시카고 플랜’ 일화는 유명하다. 허치슨 총장이 부임한 이후 학생들에게 ‘고전100권 읽기’를 통해 ‘①자신의 모델을 찾아내라, ②비전을 설계하라, ③가치를 설정하라’ 등을 제안했고, 그 결과 당시 3류 대학이었던 시카고대학이 노벨과학상과 대학교수 진출 등에서 하버드대학을 추월했던 사례이다.

이런 이유에서 사람에게는 어려서부터 가치교육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가정에서는 ‘가훈(家訓)’, 학교에서는 ‘교훈(校訓)’, 회사에서는 ‘사훈(社訓)’을 설정해서 액자에 넣어 걸어놓고 있지만, 그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을 갖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된 정약용 선생의 가치 지향적 삶을 거울삼아, 선생이 제시한 가치들에 대해서 그 의미와 중요성을 알도록 교육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다음 글에서 선생의 가치 지향적 삶을 숫자와 연관시켜서 살펴보려고 한다.

저작권자 © 포커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