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두 정약용문화교육원 상임이사 전 국방대학교 교수

‘가치(價値)’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옳고[是] 그름[非]의 평가기준이나 신념(信念), 행동을 지배하는 감정체계를 말한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이 가지는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을 선택한다. 이런 이유에서 가정과 학교, 회사 등에서는 ‘가훈’과 ‘교훈’, ‘사훈’ 등을 제정해서 가치 지향적 삶을 유도해야 하는 데, 가치는 인간의 뇌에서 안경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시비(是非)의 잣대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정약용 선생은 굴곡진 삶 속에서도 가치 지향적 삶의 표상이었다. 선생은 ‘수기안민(修己安民)’의 철학으로 어려운 입장에 있는 백성을 살피고[察物] 사랑[愛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생 자신 뿐 아니라 아들과 제자, 백성들에게 삶의 지표가 될 가치들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선생이 제시한 가치들 중에서 두 글자로 된 ‘공렴(公廉)’, ‘근검(勤儉)’, ‘기기(起記)’, ‘충서(忠恕)’ 등의 가치[2訓]에 대해서 살펴본다.

첫 번째로 자신에게 부여한 ‘공정’과 ‘청렴’, 즉 ‘공렴(公廉)’의 가치이다. 이는 선생이 28세 때 문과에 급제하고 나서 작성한 시(詩)를 통해 밝힌 것으로 “정월 스무이렛날 문과에 급제하여 희정당(熙政堂)에서 임금을 뵙고 물러나와 짓다.”로 시작하는 이 시(詩)는 “임헌시에 여러 번 응시했다가[屢應臨軒試] 마침내 포의를 벗는 영광 얻었네[終紆釋褐榮]...(중략) 무능해 임무수행 어렵겠지만[鈍拙難充使] 공정과 청렴으로 충성 바치리[公廉願效誠]...(중략)”라고 적고 있다. 22세에 진사(進士)에 합격해 6년 동안 성균관에서 공부했고, 대과에 합격하자 ‘공정’과 ‘청렴’을 다짐하면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두 아들에게 부여한 ‘근검(勤儉)’의 가치이다. 선생은 유배 10년 차인 1810년 9월에 다산초당에서 아들 학연(學淵)과 학유(學游)에게 보낸 가계(家戒)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내가 벼슬은 했으나 너희들에게 물려줄 전답은 없고 오직 두 글자의 부적이 있으니 이는 삶을 넉넉히 하고 가난을 구제할 수 있기에 너희들에게 주노니 너희들은 야박하다고 하지 말거라. 한 글자는 부지런할 ‘근(勤)’자요, 또 한 글자는 검소할 ‘검(儉)’자다. 이 두 글자는 좋은 전답이나 비옥한 토지보다 나은 것이라서 일생 동안 수용해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라면서 폐족을 당한 아픔과 유배되어 있는 아버지의 마음을 담고있다.

세 번째는 제자들에게 준 ‘기기(起記)’라는 가치이다. 선생은 강진의 동반 매반가에 도착해서 주모의 도움으로 유배생활의 거처를 얻게 되고, 주모의 권유로 황상(黃裳)과 이학래(李鶴來) 등 제자에게 글을 가르치게 되는데 “동트기 전에 일어나라[起]”, “기록하기를 좋아하라[記]”라는 습관을 가지도록 제자들에게 준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만 백성에게 해당하는 ‘충서(忠恕)’라는 가치이다. ‘충(忠)’은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스스로의 사명에 최선을 다한다[盡己之心]는 진실과 정성의 뜻이 담겨있고, 서(恕)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하게 해서는 안 된다(己所不欲 勿施於人)”는 의미로, 자기의 이로움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안된다는 헤아림의 뜻이 들어 있다.

이렇듯 선생은 두 글자로 된 가치들을 제시했는데, 선생의 대표저서라 할 수 있는 『목민심서』는 12편에 각각 6조씩으로 나뉘어 모두 72개 조로 되어 있고, 각 조마다 두 글자로 된 72개 단어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그 중에 핵심 단어는 「율기」 편 ‘청심(淸心)’조이다. 선생은 여기에서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예산을 아껴 쓰는데 있고, 검소함 이후에 청렴할 수 있으며, 청렴한 이후에 백성을 사랑할 수 있다.(愛民之本 在於節用 儉而後 能廉 廉而後能慈)”.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은 유능한 목민관은 아직 없었다. 청렴은 큰 장사다.(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 未之有也. 廉者天下之大賈也)”.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도둑으로 지목한다.(牧之不淸 民指爲盜)”고 했다. 청렴(淸廉) 가치의 중요성을 새삼 깨치게 된다.

저작권자 © 포커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