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두 정약용문화교육원 상임이사 전 국방대학교 교수

정약용(1762~1836) 선생이 저술한 책은 500여권이 넘을 정도로 방대하다. 이러한 저술은 주로 강진의 유배시절에 이루어졌고, 후일에 조선학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해 ‘정다산’이라는 호칭과 함께 ‘다산학’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면서 선생은 “군자는 수기가 반(半), 목민이 반이다.”, “몸을 닦은 뒤에 정제하고 집을 정제한 뒤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은 천하의 공통이치이니 고을을 다스리려면 먼저 가정을 정제해야 한다.(修身而後齊家 齊家而後治國 天下之通義也 欲治其邑者先齊其家).”는 내용을 『목민심서』에 담았다. 따라서 이번에는 ‘숫자3’과 연관되는 ‘가치’에 대하여 알아본다.

첫째, 선생 자신 뿐 아니라 두 아들과 제자들에게 강조했던 ‘3호(三好)이다. ‘3호(好)’는 독서와 학문을 좋아해야 한다는 의미의 ‘호독(好讀)’, 옛것을 좋아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호고(好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해야 한다는 ‘호아(好我)’이다. 이는 선생이 61세 회갑을 맞이하여 자신의 일생을 정리하여 기록한 「자찬묘지명(自撰墓誌銘)」 ‘광중본’ 등 문헌에 나와 있다.

먼저 ‘호독’은 「자찬묘지명」에 ‘유이영오 장이호학(幼而穎悟 長而好學)’, 즉 “어려서는 영특하였고, 어른이 되어서는 학문을 좋아했다.”고 했는데 여기서 ‘호학’은 ‘호독(好讀)’과 같은 의미이다. 다음 ‘호고’는 “착함을 즐기고 옛것을 좋아한다.”하여 ‘낙선호고(樂善好古)’로 표현했는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호아’는 ‘우리 학문’, ‘우리 역사’ 등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으로, 중국식 표현보다는 우리의 정서가 담긴 시어(詩語)를 사용했는데 ‘보릿고개’를 ‘맥령(麥嶺)’으로, ‘높새바람’을 ‘고조풍(高鳥風)’으로 표현했다. 또한 중국에서 편집한 『천자문』이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다면서 2천자로 된 『아학편』을 집필하기도 했는데, ‘3호’는 ‘다산학’의 핵심 정신이다.

둘째, 두 아들에게 내려준 ‘3습(三習)’이다. 3習(습)은 세 가지 습관으로, 선생은 유배중임에도 두 아들에게 ‘좋은 습관’을 가짐으로써 폐족을 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①평소 몸을 비스듬히 눕지 않는다(動容貌). ②말을 할 때 상소리를 내뱉지 않는다(出辭氣). ③얼굴빛은 항상 밝게 한다(正顔色)는 등이다.

셋째, 두 아들에게 일러준 ‘3사잠(三斯箴)’이다. 이는 자신을 관리함에 있어서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스스로를 경계하며 지켜야 할 세 가지로 ①난폭하고 거만한 것을 멀리한다. ②어긋난 것을 멀리한다. ③미더움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넷째, 제자 황상(黃裳, 1788~1870)에게 주었던 ‘3근계(三勤誡)’이다. 황상은 선생이 ‘사의재(四宜齋)’에서 유배를 시작한지 1년여 쯤 된 1802년 10월 10일에 15살의 나이로 선생의 문하에 들어와 공부했는데, 시문(詩文)에 특히 밝았다. ‘3근계’는 ①기억력이 뛰어나다고 공부를 소홀히 하는 폐단. ②글 짓는 재주가 좋다고 허황한데 흐르는 폐단. ③이해력이 빠르다고 거친데 흐르는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다. 황상은 동생 황지초(黃漬楚)와 함께 선생이 해배 후 고향에서 만년을 보내는 동안에도 찾아왔던 애제자였다.

다섯째, 제자 초의(草衣, 본명 意恂,1786~1866)에게 주었던 ‘위학3요(爲學三要)’이다. 초의는 혜장(惠藏, 1772~1811)선사의 제자로 둘째 아들 학유(學遊)와 동갑이다. 선생은 배움을 청해 들어온 초의에게 ‘배우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간직해야 할 세 가지’로 ①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지혜로워야 한다[慧]. ②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부지런해야 한다[勤]. ③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고요해야 학문을 이루어 낼 수 있다[寂]고 한 내용이다.

이렇듯 선생은 유배중임에도 아들과 제자에게 가치 지향적 삶을 가르쳤다. 그리고 아버지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다하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가정의 밥상머리교육이 사라지고, 학교의 기초교육이 약화되면서 공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금이야말로 정약용 선생의 교육자적 모습을 본받아 가정에서 ‘가훈’과 학교에서 ‘교훈’ 등을 제정해서 가치 지향적 삶을 유도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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