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신뢰다. 신뢰 없는 정치는 사기다. 신뢰를 등진 채 정치를 운운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것보다 더 바보스런 것은 없을게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포천시에 정치하겠다며 나서는 인물들이 많다. 손가락 10개가 부족할 정도다. 왜 본인이여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얼마든지 늘어놓을 수 있는 인사들이다.

이 중 한 사람이 눈에 띈다. 이 인사는 한 지역 언론 인터뷰에서 “골자를 잘 이해하면 행사장에 맞는 말을 할 수 있다”며 연설 비결을 설명했다. 평소 ‘버러지 보다 못하다’며 입버릇처럼 떠들고 ‘쳐다보기도 싫다’던 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다.

필자는 인터뷰 기사를 보고 ‘아! 그래서 다수 앞에선 청산유수구나’라고 이해됐다. 단지, 신뢰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이 인사는 그러면서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4년 12월 30일 중앙일보에 쓴 ‘꿈의 실종’이란 칼럼을 인용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독자들은 이 인사의 생각일 거라 판단할 것이다.

이 인사가 인용한 송 교수의 글은 ‘상식이 퇴락한 무질서를 치유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정치와 법치. 정치는 소통 회로를 뚫고 꿈의 대화를 격려하는 신뢰 회복의 예술, 법치는 그것이 어려울 때 행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데 ‘법치의 극대화’에 정치가 파묻힌 한 해였다‘고 한 부분이다. 다만, ‘포천시’라는 단어를 추가했고, ‘질서는 잡히겠으나 미궁의 자기 검열을 지시하는 법치의 암묵적 시그널 앞에서 선남선녀들은 자발성을 접고 한없이 위축된다’는 문장은 빼버렸다.

송 교수의 글 전체를 읽었던 것인지 아니면 한 부분만 인용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송 교수가 전달하고자 했던 부분을 이해했으리라 믿고 싶다. 그래서 포천시 분위기를 송 교수 글을 인용했으리라 믿고 싶다.

설마 중앙일보 ‘송호근 칼럼’이란 것을 모르고 인용하진 않았을게다. 대중앞에서 연설을 잘하는 비결을 늘어 놀 정도라면….

이젠 포천시 유권자들은 알 것이다. 적어도 생계형 정치, 신뢰 없는 정치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이 인사에게 논어의 안연 편을 들려주고 싶다.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 왈 "백성들을 잘 먹이고,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 자공이 물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이 셋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느 것을 먼저 포기해야 할까요" 공자 왈 "배불리 먹이는 것부터 포기해야겠지. 옛날부터 사람은 누구나 다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백성들이 믿음이 없으면 정치는 제대로 서지 않아"

공자가 단지 '먹이는 것'을 포기한다는게 아니라 ‘배불리 먹이는 것’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논어집주(소나무 출판사)에는 ‘즉 나라에 재화를 넘치게 하는 것보다 먼저 백성들을 믿게 만드는 것이 정치의 시작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정부의 신뢰를 빙자해 신뢰의 중요성을 무시하는지 모르겠지만 한번쯤 눈여겨보는 게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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